복직한지 일주일 가량 지난 시점,
퇴근하고 난 후 남편과 밖에서 만나 외식을 했다.
오늘 하루종일 애가 낮잠을 안자서 데리고 나왔는데 나온 김에 외식할까 하고 전화가 온 그.
잉? 몇시에 나왔는데?
5시쯤?
이 때부터 뭔가 석연치 않다.
5시까지 낮잠을 한숨도 안자도록 뭘했으며
5시에 데리고 나와서 재우면 밤잠은 도대체 언제 재우겠다는 거며
그럼 분명 피곤해서 식당에서 엄청 소리지를텐데
안그래도 피곤한데 그걸 들으면서 굳이 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밖에서 저녁을...?
하는 생각이 와다다다 머리 속을 스쳐갔지만
다행히 꾹꾹 눌러담고 입 밖으로 내지 않고
어디서 만날지를 정한 뒤 알겠다고 하고 끊었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저런 말들은
속이 좀 답답하더라도 안하는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래도 답답하면 이렇게 글로 적으면 꽤나 해소가 된다.
암튼 너무 피곤해서 딱히 식욕도 없고 끌리는 것도 없었는데
남편이 제시한 세가지 메뉴 중 그나마 끌렸던 샤브샤브 집에 갔다.
그런데 왠걸 기대보다 훨씬 맛있는게 아닌가.
음식이 들어가니 기운이 나고 기운이 나니 기분도 좋아졌다.
아이는 예상대로 소리를 질렀고
그나마 아이가 먹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버섯을 송송 잘라 앞접시에 담아주니
오물오물 열심히 잘 먹어서 먹는 동안은 조용히 식사 할 수 있었다.
에너지가 좀 생기기 전까진 거의 무표정에 침묵으로 집게+가위질만 했는데
몸에 양분이 생기니 할 말도 떠오르고 분위기가 화기애애 해졌다.
외식하길 잘했다 싶었다.
역시 군말 안하고 그냥 남편이 하잔대로 하길 잘했네 생각했다.
남편 덕에 아이 걱정 없이 회사에서 편하게 근무할 수 있음에 참 감사하면서도
그리고 나도 막상 육아휴직 기간 동안 아이에게 퍽 성실한 엄마가 아니였으면서
나도모르게 내면에 이런저런 잔소리가 슬금슬금 피어 오르는 순간들이 있다.
그럼에도 그냥 외면으로 꺼내지 않고 묻어두면
남편이 좋아지는 순간에 스르륵 녹아버린다.
나 스스로도 내 맘에 안들 때가 많은데
누군들 내 맘에 늘 쏙 들겠는가
아이를 위해서도 엄마 아빠가 사이 좋은 것만큼
아이에게 좋은 양육환경은 없다고 하니
조금 아쉬운 게 있어도 서로서로 봐주며 지내야지
라고 마음 먹어본다.
그나저나 디데이 진짜 오랜만에 봤는데 어느새 400일이 부쩍 넘었네
400일 기념으로 암것도 못했는데 무심안 애미라 미안하다.
500일엔 기념 사진이라도 남기러 가야지.
이만 스튜디오 알아보러 가야겠다.
